28 5월 2026

파리로 향하는 전 세계 2천 명의 게이머들: 역대급 규모의 EWC 2026, 그리고 어느 국가대표의 궤적

총상금 7,500만 달러, e스포츠 역사를 새로 쓸 7주간의 여정 e스포츠 역사상 유례없는 판이 열린다. e스포츠 재단(Esports Foundation)은 5월 27일(현지시간), 오는 7월 6일부터 8월 23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e스포츠 월드컵(EWC) 2026’을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총상금 규모는 무려 7,500만 달러로, 이는 e스포츠 역사상 압도적인 역대 최대치다. 이번 대회에는 100여 개국, 200여 개 클럽을 대표하는 2,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에 집결해 25개 종목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종목 라인업만 훑어봐도 이번 대회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할 수 있다. FPS, 전략, 스포츠, MOBA, 배틀로얄, 대전 격투, 레이싱, 심지어 체스까지 사실상 경쟁이 가능한 거의 모든 장르를 망라했다. ‘발로란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카운터 스트라이크 2(CS2)’, ‘도타 2’ 같은 글로벌 메가 히트작을 필두로 ‘로켓 리그’, ‘철권 8’, ‘스트리트 파이터 6’, ‘오버워치 2’, ‘포트나이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굵직한 타이틀이 대회의 7주를 꽉 채운다. 흥미로운 점은 단일 종목의 우승으로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목의 성적을 합산해 최종 ‘e스포츠 월드컵 클럽 챔피언’을 가리는 크로스 게임 방식을 채택했다는 거다. 각 구단의 종합적인 기획력과 로스터 구성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파리의 유서 깊은 성지, 그리고 본격적인 티켓팅 전쟁의 서막 결전의 장소인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는 2010년부터 파리 게임 위크를 품어왔으며, 2024 파리 올림픽 및 패럴림픽, 그리고 2025 TFT 오픈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낸 유서 깊은 곳이다. 직관을 노리는 팬들이라면 당장 5월 29일 오전, 공식 예매처( esportsworldcup.com/tickets )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얼리버드 옵션을 포함해 다양한 패스가 풀릴 예정이다.

티켓은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특정 게임의 조별리그부터 챔피언십 주말까지 모든 경기를 실버석에서 관람할 수 있는 ‘일반 토너먼트 패스’, 그리고 여기에 패스트트랙 입장, 골드석, 한정판 굿즈(기념주화, 토트백, 티셔츠)까지 알뜰하게 챙겨주는 ‘프리미엄 토너먼트 패스’가 메인이다. 하루만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특정 게임의 하루 치 경기를 볼 수 있는 ‘일일 일반 토너먼트 패스’를 고르면 된다. 특히 수요가 폭발할 수밖에 없는 발로란트, LoL, 로켓 리그, CS2의 결승전은 골드, 실버, 브론즈로 등급을 나눈 ‘결승전 전용 좌석(Final Day Seating Zone)’ 티켓을 따로 분리해 판매한다.

거대한 축제의 이면, 파리를 향하는 한 선수의 집념 대회의 화려한 규모와 천문학적인 상금에 시선이 쏠리지만, 결국 이 거대한 무대를 완성하는 건 최고를 향한 선수들의 맹렬한 집념이다. 이번 대규모 e스포츠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e스포츠 네이션스 컵(Esports Nations Cup)에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퀸시 출신의 프로게이머 제이콥 다울링(활동명 ‘Bae94’)의 이야기는 이런 씬의 본질을 꽤나 선명하게 보여준다.

팀 와일드카드(Team Wildcard) 소속으로 프로씬에서 2년째 활약 중인 그는 이번에 전술 슈팅 게임인 ‘레인보우 식스 시즈(Rainbow Six: Siege)’ 종목의 팀 USA 로스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의 국가대표 발탁은 단순히 운이나 재능만이 아닌, 뼛속까지 게이머인 특유의 오기와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히 깨달은 순간부터는 그 어떤 것도 제 길을 막게 두지 않았어요.” 남들이 안 하는 방식을 찾기 위해 꼭두새벽에 일어나 유럽 팀들과 핑 차이를 감수하며 스크림을 돌리고, 그들만의 이질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흡수했다는 제이콥의 말에서는 치열했던 그간의 노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재밌는 건 정작 가족들은 그가 미국 최고 수준의 게이머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꽤 늦게 눈치챘다는 거다. 제이콥의 어머니 미스티 다울링은 WGEM News와의 인터뷰에서, 여기저기서 e스포츠 장학금 제의를 알리는 대학들의 전화가 쏟아지고 나서야 비로소 사태를 파악했다고 털어놨다. 당황한 부모님을 앉혀놓고 두 아들이 “제이크가 곧 프로게이머로 데뷔할 것”이라며 상황을 설명해야만 했던 그 날의 식탁 풍경은 이제 이 가족의 즐거운 무용담이 됐다. 과거 인비테이셔널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파리를 방문하게 된 제이콥에게, 전 세계 2천 명의 게이머들이 집결하는 이번 여름의 파리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열광과 증명의 공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