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5월 2026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부활과 귀환한 에이스… 2026년 KBO를 집어삼킨 한화의 신구 조화

15일 고척 스카이돔은 그야말로 독수리 군단의 화력쇼가 펼쳐진 무대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가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10-1 대승을 거두며 2026 신한 SOL KBO리그의 뜨거운 열기를 증명했다. 단순히 점수 차만 큰 게 아니었다. 3개의 홈런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몰아치며 키움 마운드를 무자비하게 폭격한 한화는 이날 승리로 팀 홈런 1위 자리까지 단숨에 꿰찼다.

경기 양상은 짜릿한 장타의 연속이었다. 5회초 1-1의 팽팽한 균형을 깨는 김태연의 좌월 솔로포가 신호탄이었다. 상대 에이스 안우진의 140km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공략해 시즌 2호 홈런을 장식했다. 흐름을 탄 한화는 8회초 투아웃 상황에서 조영건을 상대로 강백호와 허인서가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이도윤의 싹쓸이 3루타와 이원석의 좌월 투런포가 연달아 터지며 단숨에 승부의 추를 기울였다. 9회초 역시 매서웠다. 상대 김윤하의 실책으로 출루한 오재원이 노시환의 2루타로 득점하며 8-1을 만들었고, 곧바로 허인서가 김윤하의 133km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쐐기 2점 아치를 그리며 10-1의 완벽한 승리를 완성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무시무시한 장타력의 중심에 선 선수들의 나이다. 이날 시즌 8호 홈런을 쏘아 올린 허인서는 강백호와 함께 팀 내 홈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 뒤를 노시환과 문현빈(각 7개), 요나단 페라자(6개)가 바짝 쫓고 있다. 2번부터 5번까지 이어지는 중심타선 전체가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춘 셈이다. 특히 외국인 타자 페라자를 제외하면 강백호(99년생), 노시환(00년생), 허인서(03년생), 문현빈(04년생)으로 이어지는 핵심 타자들의 평균 연령은 고작 23.8세에 불과하다. 이들의 패기와 폭발력은 현재 한화의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구단의 밝은 미래를 짐작게 한다. 홈런 레이스에 대해 강백호는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중심 타자들이 더 많이 쳐주면 좋겠다. 선의의 경쟁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며, 젊은 타선의 탄탄한 내부 결속력을 과시했다. 이날 3개의 아치를 추가하며 시즌 45홈런을 기록한 한화는 KIA 타이거즈(44개)를 따돌리고 팀 홈런 단독 선두로 비상했다.

이렇게 젊은 피들이 타석에서 펄펄 날 수 있는 이면에는 마운드를 지키는 베테랑들의 묵직한 무게감이 버티고 있다. 그 중심에는 16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며 건재함을 과시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8)이 있다. 지난 2025시즌을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던 한화의 저력은 올해 초 KBO 전력강화위원회가 확정했던 ‘2026 WBC 대표팀 1차 캠프’ 명단에서도 고스란히 증명된 바 있다. 내년 1월 9일부터 21일까지 사이판에서 열리는 1차 캠프에 참가할 29명(투수 16명, 야수 13명)의 명단을 보면, 2025시즌 통합 우승팀 LG 트윈스(8명)에 이어 한화가 두 번째로 많은 6명의 선수를 배출했다. 뒤이어 KT 위즈 4명, 삼성 라이온즈 3명,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 두산 베어스가 각 2명,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가 각 1명씩 이름을 올렸고 롯데 자이언츠는 단 한 명의 승선자도 내지 못했다.

이 화려한 국가대표 명단 속에서도 단연 시선을 끄는 이름은 대표팀 승선 0순위로 꼽혔던 류현진이다. 11월에 열린 체코, 일본과의 평가전에는 나서지 않았으나 대표팀 내 경험 풍부한 좌완 선발 투수의 부재가 그를 다시 호출하게 만들었다. 비록 작년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했어도 9승 7패,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하며 임찬규(3.03·LG)에 이어 국내 투수 중 두 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찍은 그의 관록은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이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시작으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굵직한 국제대회마다 마운드를 지켰던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대표팀에서 뛰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어내듯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흥미로운 점은 국가대표팀의 구성 기조가 현재 한화가 보여주는 ‘신구 조화’의 팀 컬러와 묘하게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야구에서 경험의 가치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불혹을 넘기고도 2년 연속 최고령 홀드왕을 차지한 노경은(41·SSG)이 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무조건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WBC 대회 규정에 맞춰 빼어난 제구력과 노련함을 인정받아 승선한 것이 그 방증이다. 평가전 당시 어린 투수들의 볼넷 남발을 지켜본 코칭스태프의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반면 젊은 패기 역시 대표팀의 필수 요소다. 2024년 정규리그 MVP에 빛나는 김도영(22·KIA)이 올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해 현재 몸을 만드는 과정에 있음에도, 2023 APBC에서 보여준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높게 평가받아 합류한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결국 야구는 거침없는 젊은 재능과 숱한 위기를 넘겨본 베테랑의 관록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때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지금의 한화 이글스가 딱 그렇다. 마운드 위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류현진이 국가대표 에이스의 품격으로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주고, 타석에서는 20대 초중반의 거포들이 무자비하게 방망이를 휘두른다. 베테랑의 우직한 헌신과 젊은 피의 무서운 폭발력이 결합된 이 다이너마이트 군단이 과연 올 시즌 끝자락에서 어떤 역사를 써 내려갈지, 리그 전체의 시선이 독수리의 비행을 향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