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짜릿한 역전극이 벌어졌다. 첼시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2-1로 잡아내며 맨체스터 시티를 밀어내고 프리미어리그(EPL) 4위 자리를 꿰찼다. 이번 맞대결은 경기 전부터 스토리가 넘쳤다. 불과 얼마 전까지 첼시 지휘봉을 잡았던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이제는 웨스트햄 벤치에 앉아 ‘전 직장’을 상대하는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출발은 첼시 쪽에 다소 뼈아팠다. 전반 42분, 중앙 수비수 레비 콜윌이 치명적인 백패스 실수를 범했고, 이를 먹잇감 삼아 낚아챈 제로드 보웬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왼발 슈팅으로 깔끔하게 선제골을 뽑아냈다. 하지만 0-1로 끌려가던 첼시를 구한 건 후반 19분에 터진 페드로 네투의 동점골이었다. 지난 시즌 울버햄튼에서 황희찬과 발을 맞췄던 바로 그 네투다. 자신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문전 혼전 상황을 거쳐 다시 흘러나오자, 지체 없이 쇄도하며 왼발로 골망을 갈랐다. 올 시즌 첼시 유니폼을 입고 터뜨린 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동점 이후 양 팀의 공방은 한층 팽팽해졌다. 후반 25분에는 웨스트햄 모하메드 쿠두스의 헤더가 골대를 강타하며 첼시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위기를 넘긴 첼시는 곧바로 공세의 고삐를 당겼고, 결국 후반 29분 콜 팔머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날카롭게 찔러넣은 크로스가 애런 완-비사카의 발에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극적인 역전 결승골로 이어졌다. 결국 포터 감독은 친정팀을 상대로 쓴맛을 보며 부임 후 리그 3경기 연속 무승(1무 2패)의 늪에 빠졌고, 웨스트햄은 15위까지 추락했다.
피치 위에서는 탑4 복귀라는 달콤한 성과를 맛봤지만, 보드진의 시선은 이미 다음 이적시장을 향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엔조 페르난데스의 거취와 무관하게 새로운 미드필더 수혈은 구단의 당면 과제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한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중원 유망주로 꼽히며 첼시가 진지하게 영입을 타진했던 토트넘의 루카스 베리발이 이제는 영입 리스트에서 완전히 지워졌다는 사실이다. 니자르 킨셀라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베리발 측과 초기 대화까지 나눴던 첼시 수뇌부는 이미 다른 타깃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베리발의 현재 상황은 꽤나 답답하게 꼬여있다. 지난 시즌 막판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 체제에서 출전 시간 확보에 애를 먹은 데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홀딩 미드필더 자리에 서지 못하는 현실에 꽤나 불만이 쌓인 상태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그의 에이전트가 첼시를 포함한 여러 구단에 이적 가능성을 넌지시 흘렸지만, 정작 스탬퍼드 브리지의 반응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장기적인 스쿼드 플랜을 고려하면 첼시의 이런 판단은 꽤 타당해 보인다. 베리발이 의심의 여지 없는 잠재력을 지닌 테크니션인 건 맞다. 하지만 만약 이번 여름 엔조가 팀을 떠난다면 첼시에 당장 필요한 건 경기를 조율하며 이제 막 껍질을 깨고 나올 유망주가 아니다. 마이클 캐릭에 비견될 만큼 툴이 좋아도, 피지컬 경합에서 상대를 윽박지르고 포백을 단단하게 보호하는 궂은일까지 맡기기엔 베리발의 뼈대는 아직 덜 여물었다. 프리미어리그의 숨 막히는 템포에 적응 중인 선수를 데려와 모이세스 카이세도에게 수비 부담을 모조리 떠넘길 여유 따윈 없다는 뜻이다.
지금 첼시 엔진룸이 애타게 찾는 퍼즐은 거친 전투를 버텨낼 즉시 전력감이자 산전수전 다 겪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이런 맥락에서 펠릭스 은메차를 향한 관심은 구단 수뇌부가 던질 수 있는 꽤 합리적인 승부수로 읽힌다. 2026 월드컵 무대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뽐내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한 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핵심 자원은 피지컬과 테크닉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과거 불거졌던 그의 논란성 발언들이란 찝찝한 꼬리표만 어느 정도 눈감아줄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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