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의 최정상 무대에서 펼쳐진 ‘데르비 델라 마돈니나(밀라노 더비)’의 승자는 인테르 밀란이었다. 그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유독 AC밀란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였던 인테르가 징크스를 깨고 결승 진출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때마침 인테르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공격수 아드리아노의 생일이 겹치며, 팬들은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부활을 동시에 만끽하고 있다.
베테랑의 품격, 초반 11분 만에 승부 가르다
인테르는 11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산 시로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AC밀란을 상대로 2-0 완승을 거뒀다. 같은 경기장을 안방으로 쓰는 라이벌 관계이자, 스페인의 ‘엘 클라시코’에 버금가는 역사적인 라이벌전에서 인테르는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승부는 단 11분 만에 결정됐다. 전반 8분, 하칸 찰하놀루의 정교한 코너킥을 ‘백전노장’ 에딘 제코(37)가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 득점으로 제코는 역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최고령 득점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불과 3분 뒤인 전반 11분, 인테르는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뒤 전광석화 같은 역습을 전개했다. 페데리코 디마르코의 날카로운 패스를 이어받은 헨리크 미키타리안(34)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두 베테랑의 활약은 이탈리아 세리에A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인자기의 신중함과 13년 만의 꿈
이번 승리는 인테르가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AC밀란을 상대로 거둔 역사적인 첫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전까지 인테르는 챔피언스리그에서 AC밀란을 만나 2무 2패로 열세였다. 1, 2차전이 모두 같은 경기장(산 시로/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리는 특성상, 원정 경기로 치러진 1차전에서 2점 차 승리를 거둔 것은 인테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다가오는 2차전 홈경기에서 1점 차로 패하더라도 결승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모네 인자기 감독은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직후 “우리에겐 이제 작은 한 걸음이 남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인테르는 2010년 조제 모리뉴 감독 체제에서 달성한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 이후 13년 만에 다시금 유럽 정상인 ‘빅 이어’를 노리고 있다.
영원한 ‘황제’, 아드리아노를 기리며
구단이 다시금 유럽의 왕좌를 넘보는 이 시점, 인테르의 팬들은 또 하나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있다. 바로 14일, 44번째 생일을 맞이한 ‘황제(L’Imperatore)’ 아드리아노다. 인테르 팬들에게 그의 이름은 단순한 선수가 아닌, 압도적인 힘과 천재성,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득점 그 자체를 의미한다. 입단 당시부터 엄청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치명적인 왼발로 네라즈리(인테르의 애칭) 유니폼의 무게를 증명해 냈다.
아드리아노의 인테르 시절을 상징하는 장면은 단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의 프리킥이다. 밀라노에 입성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꽂아 넣은 그 강력한 한 방은 전 세계 축구계에 던지는 출사표와도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헌신과 희생으로 단련된 그의 왼발은 산 시로를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 되었다.
왼발의 마법사가 남긴 유산
아드리아노는 인테르 소속으로 모든 대회를 통틀어 총 74골을 기록하며 팬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들을 선사했다. 극적인 결승골로 승리했던 밀란 더비,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에서 AS로마를 상대로 터뜨린 득점, 그리고 압도적인 피지컬과 기술로 수비진을 허물며 득점했던 우디네세전의 60m 단독 드리블 골은 여전히 팬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박혀있다.
오늘날 인테르가 다시금 결승 무대를 눈앞에 둔 지금, 팬들은 제코와 미키타리안의 활약 속에서 과거 그들을 열광케 했던 ‘황제’ 아드리아노의 투지와 파괴력을 다시금 떠올리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밀라노의 밤, 인테르의 챔피언스리그 여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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